낙태수술 중 살아서 태어난 태아를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 A씨가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불법 낙태수술에 따른 업무상촉탁낙태와 함께 살인 혐의를 적용됐는데요. 낙태수술 당시 태아는 임신 34주차였습니다. A씨의 행위로 태아가 숨진 것을 낙태의 연장선이 아닌 살인으로 판단한 건데요.
낙태와 살인의 법적 경계선은 어디일까요? 네이버 법률이 알아봤습니다.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살인죄의 대상
살인죄와 낙태죄의 보호법익은 모두 생명입니다. 그러나 살인죄는 '사람'을 죽였을 때, 그리고 낙태죄는 '태아'를 죽였을 때 각각 성립합니다. 결국 살인죄 성립 여부는 태아를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형법은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한 때, 즉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1982. 10. 12. 선고 81도2621 판결) 이는 제왕절개에 의한 출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대법원의 입장은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되거나 자가호흡을 할 수 있을 때부터 사람으로 인정하자는 견해보다 사람으로 인정하는 시기가 빠른 건데요. 그러나 어떤 견해에 따르든 울음까지 터뜨린 신생아를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살인죄를 면하긴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과거 유사 사례에서도 산부인과 의사에게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해당 산부인과 의사는 미숙아인 태아가 낙태수술을 통해 모체의 몸 밖으로 나오면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생존하자 태아의 신체에 염화칼륨을 주입해 숨지게 했습니다. 그는 “염화칼륨을 주입한 행위는 낙태를 완성하기 위한 행위이며 태아의 생존확률은 극히 낮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살아서 출생한 미숙아가 정상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에 대한 확인이나 최소한의 의료행위도 없이 적극적으로 염화칼륨을 주입해 미숙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 피고인에게는 미숙아를 살해하려는 범의가 인정된다”고 하며 살인죄와 업무상촉탁낙태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살인죄가 성립한 사실을 고려하면 형량이 높진 않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이상 생존확률을 불문하고 사람으로 본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낙태는 여전히 불법…업무상촉탁낙태죄도 적용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A씨는 업무상촉탁낙태죄로도 기소됐습니다.
헌법불합치결정은 단순위헌결정과는 달리 어떤 조항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효력을 특정 시점까지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법의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또 당시 헌법재판소는 임신 22주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만 헌법불합치로 결정했습니다. 입법자는 이 결정을 반영해 2020년까지 낙태죄 조항을 개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낙태행위는 조항 개정 전까지 여전히 처벌 대상입니다.
결국 임신초기도 아닌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로 꺼내는 낙태 수술은 업무상촉탁낙태죄를 구성합니다. 이는 임신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은 자가 의사라면 성립하는 죄입니다. (형법 제270조) 34주의 태아 낙태를 의뢰한 임신부 역시 자기낙태죄로 기소됐습니다. (형법 제269조)
한편 살인죄가 성립했으면 업무상촉탁낙태죄는 이에 흡수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두 죄를 모두 인정하기엔 가혹하다고 보는 건데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낙태죄는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낙태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결국 태아를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나오게 한 행위 자체로 이미 낙태죄가 성립하고, 태아를 꺼낸 이후의 행위는 별도로 살인죄를 구성합니다. 마찬가지로 A씨의 모든 혐의가 인정된다면 살인죄와 낙태죄 모두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이소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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