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삶

[퍼옴]개명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들

Rimm 2019. 12. 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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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풀어봅시다.

지난 10년간 한국인 70명 중 1명은 이름을 바꿨습니다. 73만명이 개명을 한 것이지요.

10년 전 개명 신청자는 3만여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7만명이 넘습니다. 2005년 대법원이 범죄 은폐 등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요즘 이름을 바꾸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무엇일까요?

① 촌스럽거나 놀림감이 돼서 ② 출생신고서에 잘못 써서 ③ 범죄자, 악명 높은 이름과 같아서 ④ 성명학상 좋지 않아서답은 ④. 개명을 허가해주는 법원이나 유명 작명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고나 사업 실패 등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작명소·철학원 등의 권유로 개명을 신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위에 열거한 다른 예들도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들입니다. 개명 허가율이 90%에 이른다고 하지만,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간 불려온 이름을 바꾸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esc〉가 이름을 바꾼 사람들을 찾아 속내를 들여다봤습니다.

백민서(32)씨는 지난해 이름을 바꿨다. 원래 이름은 수인이었다. 얼핏 괜찮은 이름 같지만 성을 붙여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백수’라는 별명이 생겼다. 사실, 별명에 큰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새로운 일을 모색할 무렵 철학원에서 사주를 봤더니 이름이 별로 좋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별명 때문에 힘들다’며 개명신청서를 써 법원에 제출했다. 이름을 바꾼 뒤 딱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주에 좋다니까 안심이 된다. 지난해부터 새로 만난 사람들은 그를 민서로 부르고 예전 친구들은 계속 수인으로 부른다. 이름이 두 개가 된 셈이다.백민서씨의 아내인 정주연(33)씨도 철학원에서 이름 중 ‘주’ 자 한자가 좋지 않다며 바꾸라는 권유를 받고 개명에 도전했다. 딱히 내세울 만한 사유가 없어 ‘되는 일이 없다’고 호소했지만 기각당했다.징크스에 민감한 스포츠 스타들에게 이름은 인생에서 큰 의미다. 롯데 자이언츠 간판스타로 떠오른 손아섭은 2008년 시즌까지 손광민이었다. 작명소에서 ‘야구 잘하는 이름’이라며 지어준 아섭으로 이름을 바꾸고 난 뒤 펄펄 날고 있다. 박동희 야구전문 칼럼니스트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은 닉네임이나 가명을 유니폼에 쓸 수 있는데 우리의 경우 주민등록상 이름만 표시하게 돼 있어 아예 개명을 신청한 경우”라며 “손아섭의 성공 여파가 워낙 커 고교야구 1·2학년 선수들 몇명이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손아섭 선수처럼 개명 뒤 좋은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다. 사시 준비생인 김아무개(28)씨는 ‘시험에 붙는 이름으로 바꾸라’는 역술인의 말을 들었다. 고심 끝에 남자 같은 이름으로 바꿨지만 결국 낙방했다.작명소마다 좋다는 이름이 다 달라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고교 시절 이름을 바꾼 김아무개(30)씨는 “어떤 분은 작명소에서 받은 이름들을 6개월 정도 직장이나 집에서 사용해본 뒤 개명신청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대법원이 올 초 발간한 <역사 속의 사법부>를 보면 개명에 성공한 ‘기가 막힌’ 이름들이 여럿 등장한다. 서동개·소총각·경운기·신기해·이몽치·김치국·송아지·권분필·임신·오보이·지기미·정쌍점·윤돌악…. 특히 ‘촌스러운’ 이름에서 벗어나려는 중년층들의 개명신청도 늘고 있다.20여년간 무료 작명을 해 왔던 서초구청 이동우 오케이민원센터장은 “40~50대 주부들도 개명을 많이 한다”며 “50대 후반인 ‘지자’라는 여자분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부를 때 항상 웃는다며 개명 결심을 하더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개명을 담당했던 한 판사는 올해 자신과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의 개명을 허가해주었다. 개명 사유는 ‘봉’ 자가 들어간 이름이 ‘촌스러워서’였다.개명 용기까지 못 내는 ‘자’ 자나 ‘순’ 자 돌림 이름의 50대 여성 중에는 친구들끼리 혹은 자매들끼리 세련된 이름을 정해 서로 불러주는 경우도 있다. 정숙자(57)씨를 비롯한 정씨 집안 네 자매가 그렇다. 장녀 연자씨는 연지, 숙자씨는 수지, 희순씨는 희수, 희자씨는 희지로 정하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10대 소녀들처럼 ‘까르르’ 웃는다. “요새 애들이 쓰는 예쁜 이름이 부럽죠. 굳이 이름을 바꾸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세련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정숙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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