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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그래픽=김수진 인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가 포털사이트에 연관 검색어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조씨는 지난 8월 ‘조국’과 자신의 실명이 묶인 연관검색어 및 ‘조국 딸 ○○○’ 같이 본인과 특정 상표명이 연관검색어로 뜨는 것을 지워달라고 했다는데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회는 조씨가 신청한 검색어 전부를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KISO는 이전부터 "공직 후보자의 자녀는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관 검색어 삭제 결정 역시 이런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선 "장관의 딸이라서 삭제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연관 검색어 삭제 결정 역시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건데요.
이런 팽팽한 주장 대립은 어떤 것이 진짜 '팩트'일까요? 네이버 법률이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 삭제 기준에 대해 들여다봤습니다.
◇연관검색어로 권리침해 당했다면 누구나 삭제 요청 가능
연관검색어 또는 그 검색 결과로 권리를 침해 당한 사람은 누구나 포털사이트에 삭제 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포털은 자체적으로 삭제를 결정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자율기구인 KISO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KISO는 2009년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주요 인터넷 사업자가 모여 만든 사단법인입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인터넷 자율 규제 정책을 세우고 관련 문제를 심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뽐뿌커뮤니케이션과 아프리카TV, 씨엘 커뮤니케이션즈 등으로 회원사가 더 늘어났는데요.
이들 회원사는 검색어 및 게시물에 대한 KISO의 정책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KISO 정책규정 제13조 1항에 따라 연관검색어 또는 그 검색결과가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이를 삭제할 수 있습니다.
또 제13조의2 1항은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로 인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를 받은 자는 대상 연관검색어 등을 특정하고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해당 회원사에게 그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특정 검색어로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은 누구든 각 포털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건데요.
포털사이트와 KISO 심의위원회는 삭제 요청에 따라 △연관검색어 또는 그 검색결과가 침해하는 정도가 일반이용자의 알 권리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회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외 기업의 상표권이나 단체 구성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해당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가수 아이유의 연관검색어 삭제를 결정한 바 있는데요. 당시 포털사이트에는 '아이유 폭행' 등이 연관검색어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에 심의위원회는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 속 폭행 장면이 방영돼 발생한 것으로 해당 검색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히 오인시킬 정도에 이른다고 판단, 삭제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씨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팀을 이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에 '김동선-정유라 마장마술'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등장했는데요. 심의위원회는 이 역시 요청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며 연관검색어 삭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심의위 "공직자 딸은 공인 아냐"… 공직자는 허위사실 삭제만
물론 KISO 규정에는 검색어 삭제 예외도 있습니다. 불리한 검색어라는 이유로 국가기관이나 공인과 관련된 정보를 삭제할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인데요.
KISO 정책규정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한 공인과 공직자, 언론사는 검색어 조치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관련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로 인정된 경우에는 삭제할 수 있습니다.
정무직 공무원인 법무장관의 자녀인 조씨는 이 예외에 해당할까요?
KISO 심의위원회 다수 위원은 정무직 공무원의 자녀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공론장에 진입하지 않는 한 공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일반인으로서 본인이 노출되길 원하는 사생활의 영역을 정할 수 있다고 판단, 해당 요청이 있으면 검색어 삭제를 결정합니다.
심의위원회는 또 딸 조씨 관련 의혹이 당시 공직 후보자였던 조 장관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딸 조씨의 실명을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소수 위원은 딸 조씨의 행적이 공적 관심사가 된 점을 고려할 때 이름 자체만으로 사생활 침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삭제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연관검색어 삭제는 명확한 관련 규정과 KISO 심의위원회 결정이라는 큰 축에 따라 이뤄집니다.
글: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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