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모여 사람을 만들고 미래를 결정한다. 정리정돈을 안 하는 습관은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근육질의 중년은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이미지를 준다. 건강 음식을 챙겨 먹는 습관을 가졌다면 20년 뒤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습관 갖기는 쉽지 않다. 2012년 국제임상심리학회지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신년에 세운 계획이 성공할 확률은 8%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습관을 고치는 게 어려운 이유를 뇌가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습관을 바꾸거나 만들려면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커버스토리 작심삼일 이제 그만
21일 동안 반복해야 습관 기억세포 생성
새해가 되면 다양한 목표를 세운다. 습관을 바꾸려면 우선 기존 습관을 정말 그만둘 필요가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밤마다 집에서 맥주 두 캔 정도 마시는 습관을 끊고 싶은 중년이라면 술을 끊으면 얻는 이득(건강)과 술을 계속 마셨을 때 얻는 이득(긴장 해소 등)을 각각 다섯 가지는 써 봐야 한다. 그래야 기존 습관을 버리고 새 습관을 갖는 동기가 충분히 생긴다. SNS를 하루 2시간씩 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득실(인적 교류 vs 자투리 시간 활용)을 잘 따져본다. 해당 습관을 20년간 지속했을 때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일단 득실 저울질에서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계속되는 작심 3일에 ‘난 안 돼’라는 자괴감만 쌓이기 십상이다.
스스로 명확한 동기를 찾았다면 ‘로켓(목표)의 연료(습관을 지속하는 힘)’가 충분히 채워진 셈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막연하게 ‘살 빼고 싶다’ ‘일찍 일어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의 목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해당 습관을 이뤘을 때 또는 기존 습관을 계속 이어갔을 때의 득실을 명확히 따져본 사람만이 습관을 오랫동안 끌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에 필요한 것은 지속 시간이다. 습관을 바꾸려면 최소 21일은 계속해야 한다. ‘21일의 법칙’은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가 1960년대 그의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처음 주장한 내용이다. 성형외과 의사인 몰츠는 사고로 사지를 잃은 사람이 잘린 팔과 다리에 심리적으로 적응하는 기간을 연구하다 21일의 법칙을 내 놓았다. 21일은 생각이 의심·고정관념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두려움·불안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거쳐 습관을 관장하는 뇌간까지 가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21일의 법칙은 이후 많은 심리학자와 의학자의 연구를 통해 체계화됐다.
영국 런던대 필리파 랠리 교수팀도 "사람의 뇌는 충분히 반복돼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은 것에는 저항을 일으킨다. 아직 그 행동을 입력해 놓을 기억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행동이 습관화되는 데는 최소 21일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는 많은 심리학 치료에 적용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배재대 심리철학상담과 최애나 교수도 “실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한 단계당 3주 단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주는 뇌에 습관을 각인시키는 단계다. 이 습관을 완전히 몸에 배게 하려면 66일을 더 이어나가야 한다. 2009년 ‘ 유럽사회심리학저널’에서는 특정한 행동을 매일 같은 시간에 행동하도록 한 결과, 습관이 몸에 배기까지(그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더욱 힘든 상황) 평균 기간은 12주였다. 새로운 습관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총 3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얘기다.
하루 목표량은 최소한으로, 방해 요인도 예상해야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섯 가지가 수반돼야 한다. 첫째는 작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5㎏을 빼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갑자기 하루 2시간씩 운동하려고 하면 지친다. 1주일쯤 하다 그만두기 십상이다. 처음에는 하루 30~40분이면 충분하다. 작은 계획으로 일단 습관을 들이면 가속도가 붙어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둘째는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두라는 것이다. 살이 빠진 훗날 모습만 그리며 무작정 노력하다 보면 더디게 달라지는 모습에 실망하기 쉽다. 매일 할당 운동량을 두고 이를 성취하는 데 목적을 둬야 습관을 이어갈 수 있다.
셋째는 선행 요건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려면 일찍 자야 한다. 밤늦게 자면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긴 어렵다. 야식을 끊을 때도 7시에는 저녁을 먹고, 10시 이전에는 자야 야식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참고서적=『습관리셋』(니들북), 『습관의 재발견』(비즈니스북스)
※도움말=한국체육과학연구소 성봉주 박사, 중앙대 체육학과 김준호 교수, 차의과대 대체의학과 이세용 겸임교수(NLP심리기술연구소 소장), 배재대 가정교육과 김정현 교수
넷째는 보틀넥(bottle neck) 지정이다. 습관을 지속하는 데 방해되는 요인을 말한다.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나 회식 등이 보틀넥에 해당한다. 이런 일이 주로 무슨 요일, 무슨 시간에 일어나는지 생각하고, 펑크난 일과에 대한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 단, 계획을 1주일에 한 번 정도 빼먹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단, 21일간은 단 하루도 거르지 말고 습관을 이행해야 함). 한두 번의 펑크는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섯째는 보상이다. 21일이 지나고 2~3개월로 접어들 무렵 습관 지키기에 권태기가 온다. 이때 보상은 좋은 자극제다.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적어 놓고 3개월 단위로 보상을 주면 좋다. 그 밖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면 습관 고치기가 수월해진다. 단, 담배 피우기, 음주, 도박 등의 중독 증상은 이 같은 방법으로는 끊기 힘들 수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중독은 뇌가 강하게 변형된 상태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와 약물 복용을 통하지 않고서는 고치기가 상당히 힘들다. 먼저 전문가에게 상담과 치료를 받고, 그 다음 습관을 이어나가는 방법을 택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운동은 석 달, 식습관은 2주
좋은 습관 들이려면
일반적으로 습관을 들이는 데는 21일이 걸리지만 분야별로 습관을 형성하는 기간은 조금씩 다르다. 새해 특히 관심이 많은 운동, 식습관, 뒤로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운동
운동 습관을 형성하려면 석 달은 잡아야 한다. 미 체력학회(NSCA)에서 연구한 내용이다. 우선 첫 4주는 중추신경과 근육 세포를 뒤흔들어 놓는 기간이다.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다지는 기간인 셈이다(근력운동 20분, 유산소운동 20분). 이후 4주 동안 본격적으로 몸을 만든다. 땅 위에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다(근육운동 30분, 유산소운동 20분). 다음 4주는 굳히기 과정이다(근력운동 40분, 유산소운동 20분). 3개월을 열심히 했다면 이후부터는 근력운동 30분만 해도 몸매가 유지된다.
│식습관
식사량을 줄일 때는 첫 2주를 잘 넘겨야 한다. 매일 밥 세 숟가락 정도를 줄인다고 하면 2주 정도 지나면 위의 양이 줄어 배고픔을 덜 느끼게 된다. 소금을 줄여 싱겁게 먹으려면 3주 정도 지나야 바뀐 염도에 적응된다.
장내 유해균이 많은 사람은 과자,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음식이 자꾸 당긴다. 유해균은 이들 음식을 먹이로 하기 때문이다. 유익균(요거트·김치·된장 등에 풍부)을 일부러 많이 섭취하면 채소와 과일이 당긴다. 유익균은 식이섬유가 먹이이기 때문이다.
│미루는 습관
뭐든지 뒤로 미루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 ‘시간 제한’과 ‘난이도 제한’이 도움된다. 완성 상태가 아니라 시간을 목표로 삼으면 과정에 집중할 수 있다. 예컨대 정리정돈의 경우 ‘다 정리하자’가 아니라 ‘딱 5분만 정리하자’는 식이다. 난이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다 정리해야겠다’가 아니라 ‘방 하나만 청소하자’는 식이다. 이런 습관은 21일만 반복하면 습관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당신] ‘21일 법칙’ 지켜야 나쁜 습관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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