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로 인해 발생한 공황장애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1/10/2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1/10/26 17:53

권혜경/심리치료사·정신분석가

공황장애는 불안에 의한 것으로 미국 성인 인구의 20% 정도가 이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끔찍한 경험이어서, 한 번 이를 경험하게 되면 그 경험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그 경험을 연상시켜 특정 장소·사물에 대한 공포증까지 발전시키게 되는 무서운 증상이다. 

A는 공황장애로 인해 치료실을 찾았다. 남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은 날 밤 혼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심장박동이 막 빨라지더니 가슴이 조여오고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자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고 혼자서 이런 상태로 몇 분이 흘렀을까? 

실제적인 시간으로 따지면 몇 분이지만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고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긴 했는데, 자신이 경험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다시 찾아올까 봐 너무나 불안하다. 이렇게 공황장애를 한 번 경험한 이후부터 밤에 집에서 혼자 있을 때 가끔씩 엄청난 불안이 몰려왔고 이 불안 때문에 생활을 잘할 수가 없게 되었다.

A는 남자친구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A가 남자친구로부터 이별의 통고를 받고 왜 이런 공황장애를 경험하게 된 걸까? 

 

A의 어머니는 심각한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모든 선과 악이 어머니의 그 날 그 때의 기분에 따라 결정되었다.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해도 어떤 때는 그것이 칭찬을 받는 일이 되었고, 다른 때는 비난과 저주 심지어는 매를 맞는 일이 되었다. 

어머니는 항상 A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내다 버리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으며, 백화점에서 옆에 붙어있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를 두고 혼자 집에 온 적도 있었다. 

A는 자신의 행동과 어머니의 기분은 상관이 없으며, 자신이 뭘 하든 어머니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단지 어머니의 기분이 좋기를, 그래서 별탈 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런 자신의 처지가 억울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머니 뜻대로 살아야 했던 것이다.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했을 때 A는 머리 속으로는 잘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몸과 마음은 전혀 다른 표현을 하고 있었다. 나하고 친밀하게 연결되었던 사람이 떨어져 나간다는 생각은 원초적인 어머니로부터의 유기 불안(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자극했고 어머니 없이 자신은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A는 현재의 남자친구와의 이별뿐 아니라 과거의 유기불안까지 한꺼번에 느끼게 되면서 심각한 공황장애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공황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그 이면에 엄청난 불안이 자극 되었다는 것이다. 그 불안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고 단순히 증상만을 잡으려 한다면 계속해서 다른 불안 증상들을 일으킬 것이다. 

남자친구와의 이별로 인해 공황장애가 찾아온 A는 지금 자신의 아동기에 대한 탐색을 하고 있다. 얼마나 자신이 유기불안에 떨었어야 했는지, 그래도 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머니를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는지, 어머니의 유기 몸짓에도 얼마나 심한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고 있다.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 상처 입은 자신을 보듬으면서 더 이상 상대방에 의해 무기력하게 삶의 여부가 좌우되는 자신이 아님을 되뇌고 있다. 진정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www.analystdrkw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