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의사국가고시가 끝났다. 올해도 3000여명에 달하는 의사가 새롭게 배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공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 수련병원, 전공 과목을 정해야 하는 중대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의사국시학원 메디프리뷰 권 양 대표는 14일 이제 막 국시를 치른 의대생, 인턴 과정을 마친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진로 설명회를 가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온 의대지만, 의사들도 먹고 살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대생들이 주로 궁금해하는 내용을 추려봤다.
-진료과는 어떻게 선택하나요?
질문을 하나 던져 보자. '의료'가 선생님에겐 무엇인가? 자아성취, 인류봉사, 경제적 여유, 취미생활 등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야 한다. 현재 의사 공급과잉으로 의술만으로는 경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진료과 선택 시 전공의 선발 난이도, 수련기간의 난이도, 봉직의 생활, 개원의 생활 등 여러 가지 각도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체 의료계의 5%도 보지 못하는 의대생, 전공의들끼리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개원한 선배 등을 통해 면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시대적 배경이 다른 부모님에게 선택권을 의존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인턴 성적이 진료과 선택에 중요한가요? C를 받는 비율도 높다고 하던데요.
인턴 중 20%는 C를 받게 되는 이를 보통 'C턴'이라 부른다. C턴은 인기과 지원은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내신 9등급 A턴과 같은 점수가 되기 때문이다. 인턴 성적은 레지던트들에게 찍히지만 않으면 되지만, 운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 C턴의 비애는 매우 크다. 게으르고 일 못하고 성격에도 결함이 있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턴 성적을 제대로 못받았다고 해서 비인기과를 가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과를 선택한다면 평생을 후회하게 된다. 차라리 눈 딱 감고 인턴을 다시 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낫다.
-메이저병원에서 경쟁이 덜한 진료과를 선택하는 것이 낫나요? 아니면 이름이 없는 병원이라도 원하는 과를 가는게 낫나요?
이미 출신의대가 정해져 있는 이상 무리하게 스펙 쌓는답시고 수련병원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학교에 남고 싶은 생각이 없고 정식 교원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으면 진료과가 우선이다. 비율상으로 보면 15%만 학교에 남고 85%는 개원시장으로 가게 된다. 오히려 척추, 관절이라면 전문병원, 산부인과라면 여성전문병원 등에서 수련받으면 훨씬 더 많은 경험을 쌓고 필요한 임상 실전을 배울 수 있다.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고 GP로 취업하면 연봉이 많이 낮아지나요? 개원하면 어떤가요?
워낙 전문의가 대부분이고 GP는 전문의보다 덜 배웠다고 보기 때문에 당연히 전문의보다 몸값이 낮다. 반대로 자기 자신만의 무기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다. 개원을 한다면 일반적이지 않은 컨셉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제네럴닥터'처럼 카페 겸 병원을 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싸울 때는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사람 상대하는 일이 싫어서 비임상과를 하고 싶습니다.
비임상과라 하더라도 의사들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당장 영상의학과만 하더라도 의사들로부터 의뢰받아서 일을 하게 된다. 또한 의사의 힘은 환자의 수에 따라, 병원의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려주는 데서 나온다. 환자를 보지 않으면 연봉 삭감이나 구조조정을 당해도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없다.
단순히 환자를 만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로 비임상과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본인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라.
-여자라면 진료과 선택이 다를 수 있을까요?
유방촬영 영상의학과 여의사, 산부인과 여의사는 현재 몸값이 가장 높다. 월 급여 1600만원 선까지 형성돼 있다. 이처럼 여의사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남자와 경쟁하는 과를 피하는 편이 좋다. 시골 어르신들은 남자의사를 선호하는 등 차별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일이 편한 공무원, 보건소 등의 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 계약직으로 들어가도 연장가능하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지원하고 싶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성형외과, 피부과는 그야말로 마케팅이다. 기존에 아픈 상태에서 낫게 만드는 다른 진료과와는 달리 일반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만족 포인트가 제각각이다. 그만큼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과열 경쟁으로 개원 시장에서도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섣불리 덤비려는 의욕보단, 스스로 마케팅 능력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별도의 가산료를 주는 진료과들이 있나요? 다른 과보다 유리한가요?
가산이 붙으면 봉직의 선택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원장들이 가산료를 주는 진료과를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소아과에는 특별수가를 주고 있다. SSRI약물에서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는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이비인후과, 안과는 행위수가를 받는다.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은 검사수가가 있다. 영상의학과는 판독 시 상주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펠로우 과정은 필수일까요?
냉정하게 말해 펠로우를 한다면 부모님의 여유가 있고 노조가 있고 대우를 해주는 곳 정도만 가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대학에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면 그리 큰 의미가 없다. 3,4년차씩 롱펠로우를 하는 이들이 많은데 말리고 싶다. 논문만 죽어라 써야 하고 고용 불안을 초래하면서 정식 임용은 되기 어렵다. 오히려 향후 개원 여부에 따라 임상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급여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다.
-봉직의로 들어갈 때 무엇을 가장 고려하게 되나요?
수많은 병의원이 있지만 고용이 불안정하다. 대기업 직원이라면 복지혜택도 많지만, 봉직의는 복지혜택은 커녕 갑자기 그만둬야 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 같지만 사실 상 많이 받는 것이 아닌 셈이다.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자. 인기있는 과였다면 인원이 넘쳐서 몸값이 높지 않을 것이고, 남들이 좋아하는 강남같은 지역 역시 급여가 높지 않다. 개원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병원이 바람직하다. 돈을 벌고 싶다면 오지에 가는 것이 낫고, 개원을 하고 싶다면 중증질환 위주로 보는 큰 병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USMLE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반대로 놓고 생각해보자. 동남아에서 의대 1등이 서울대병원에서 펠로우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볼까? 우리가 동남아의사를 바라보는 것, 아니 그 이하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만큼 인종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캐나다에서 면허 딴 한국의사도 한국에서 의사국시를 보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레지던트 월급의 30%를 지원한다. 단 자국민이다. 의사 부족 시기에는 세계 각국의 의사들을 받았지만 갈수록 외국인의사 역차별 규정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우선 국적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 준비를 해야 한다. 무작정 환상만 갖고 접근하면 위험하다.
-개원 환경이 정말 치열한가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판단하면 승부수를 던져볼만 하다. 지역의 어떤 원장은 같은 옷을 5벌씩을 산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에게 늘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어떤 여자 성형외과 원장은 너무 예쁘면 고객들로부터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당히 예쁘게만 하고 진료에 임한다고 한다.
이제는 자기자신을 팔아야 하는 시대다.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고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환자가 많아 1명 당 진료 1번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환자는 많이 늘지 않으면서도 의사는 3년에 1만명씩 배출되고 있다. 단 1명의 환자라도 신처럼 모시고 우리 병원에 10번 방문하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출처 : 메디칼업저버(http://www.monews.co.kr)
'국시준비+인턴+레지던트 > 인턴_레지던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인턴후기모집 경쟁률 (0) | 2020.06.14 |
---|---|
의전원 출신이 ‘전문의’ 포기하는 이유 (0) | 2020.06.04 |
NG tube 넣기 (0) | 2020.04.20 |
드레싱,소독약선택 (0) | 2020.04.18 |
외과술기 (0) | 2020.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