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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03 06:00:1
- 중앙의대 이동훈 교수 “주 80시간 맞추기 위해 컨퍼런스부터 줄여…전공의에 득 될 게 없다”
대전협 이경민 이사 “이런저런 이유로 늘리면 달라지지 않아…소주 먹다가 와인 마시려면 잔 바꿔야”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가 도입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컨퍼런스나 집담회 등에 대한 근무시간 산입을 두고 전공의와 교수들의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일 티마크그랜드호텔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현황과 개선방향’ 공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토론자로 나선 중앙의대 응급의학교실 이동훈 교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으로 인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실제 (전공의 수련)업무를 담당하는 일선에서 보기에 전공의법은 (전공의들과 병원 간에)싸움붙이는 것”이라며 “법을 지켜야하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예산과 인력이 먼저 투입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입하는 건 없이)일단 지키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이기 때문에 거의 20년 동안 스케줄을 짰는데 산술적으로 전공의법을 지키려면 (전공의들이)휴가를 안 간다는 가정 하에 최소 4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주 80시간을 지킬 수 있다. (전공의)3명인 경우 정말 빡빡하게 돌리고 교수들이 도와주면 가능하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온 전공의법 권고안에는 4시간에 30분 가량의 휴게시간을 주라고 한다”면서 “병원은 풀커버가 기본이다. 그럼 당직을 한 명이 서지 말거나 아니면 30분은 병원을 무의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직을 두 명 세우려면 실제 열 명의 인원이 필요하다”면서 “전공의가 한 년차에 한 명씩 있는 과도 많은데 그럼 대체인력 비용은 대한 누가 지불할 것이냐. 이건 무슨 말을 해도 해결책이 없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시행 이후 컨퍼런스나 집담회 등의 학술활동이 줄어든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교수는 “수련을 받을 때나 교수들에게도 지속적인 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 위한 컨퍼런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컨퍼런스는 외래나 수술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기에 보통 새벽이나 저녁에 하는데 이게 근로시간으로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새벽 6~7시에 와 컨퍼런스 한두 시간을 하면 80시간에서 그만큼 빼야 한다”면서 “전공의들이 컨퍼런스로 일찍 왔다고 일찍 가는 건 (병원 입장에서)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병원들이 제일 먼저 없애는 게 컨퍼런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전공의에게도 득이 되는 게 전혀 없다”면서 “이 규정은 법률이 아니기에 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합의를 하면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고민을 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하면 의료계는 답이 없다. 지금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배경은 2차 산업혁명 때 공장 가동할 때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3차 산업 중 하이퀄리티인 의료에 이 방식을 강제로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조금 더 유도리가 있어야 한다. 해결방안이 없으면 타협을 하고 조절을 해야 한다. 너무 짧은 시간에 규정을 밀어붙이는 것 같은데 컨센서스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서울시의사회 문석균 보험이사(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련교육의 한 축인 교수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래와 수술, 연구 등으로 바쁜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에 맞춰 교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문 이사는 “교수들은 후배들이 좋은 의사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진료와 수술, 연구 등을 해야 하고 병원 보직을 맡으면 그 업무까지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문 이사는 “그럼 보통 아침이나 밤에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전공의들 근무시간에서 교육을 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밤새 수술하고도 다음날 오전에 진료를 하려면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이사는 “(전공의법이 만들어졌지만)이런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전공의 입장에서 주 80시간이 지켜지는 게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한 축인 가르치는 교수 입장도 생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전공의들은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꾸 예외 조건을 만들려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전협 이경민 수련이사는 “교육시간을 늘려야 하니까 ‘컨퍼런스를 근무시간에서 빼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모든 수련은 88시간 안에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전공의법은 전공의들의 자살이나 아무 기저질환이 없던 전공의가 당직실에서 사망하게 된 사건 등이 기폭제가 돼 약자인 전공의를 지켜주고자 마련됐다. 전공의 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수련)시간을 자꾸 늘려나가고 근무시간만 빼서 80시간으로 하는 건 예전과 분배만 달리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전공의들은 수련환경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이사는 “소주를 먹다가 와인을 마시려면 잔을 바꿔야 한다. 와인을 소주잔으로 같은 양만큼 마시려고 하니 여러 번 따라야 해 힘이 드는 것”이라며 “받아줄 잔을 만들어야 같은 양을 따를 수 있고 대화를 하면서 같은 속도로 술을 마실 수 있다. 과거에 문제가 됐던 사안을 해결하지 않고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교수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부과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이사는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늘 나온 말 중 아쉬웠던 건 ‘진료, 수술, 보직업무 그 다음이 교육’이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게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도전문의에게 진료외에도 여러 업무를 부과하는 시스템이 문제다. 이러한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을 비롯 합리적인 수련프로그램 마련 및 부실 수련병원 정리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이사는 “변화의 요구를 기존 자원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계속 스트레스가 생기고 안에서 싸움이 생긴다”면서 “칼날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성적, 역량 중심의 평가 기틀을 마련해야 하고 Teaching Hospital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실적인 수련시간과 함께 역량 중심의 전문의 자격시험, 이를 위한 교육의 질 향상, 수련비용에 대한 국가의 집중 지원이 가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우리는 준비된 하드웨이를 기다리지 않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서 “국가의 지원을 끌어와야 하고 병원의 인력 확보하자고 함께 주장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현실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경쟁적인 투자가 아니라 교육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부실병원은 함께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광석 기자 cks@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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